바람 같은 날들

부산의 작은 골목에 사는 열일곱 살 주인공 준호는 늘 방황하는 하루를 보냈다. 학교에서는 매일 싸움에 휘말리고, 집에서는 아버지의 술 냄새와 싸움 소리에 지쳤다. 그의 유일한 안식처는 동네 낡은 당구장과 친구들이었다.
“야, 준호야. 너 앞으로 뭐 하고 살 건데?”
친구 기철이 툭 던진 질문에 준호는 어이없어 웃었다.
“뭘, 그냥 사는 거지. 너나 잘 살아라.”
그러던 어느 날, 준호는 동네 형이 운영하는 오토바이 가게에 발을 들이게 된다. 형은 준호에게 이렇게 말했다.
“너, 여기서 일 좀 해라. 뭐라도 해 봐야지. 바람처럼 살 거냐?”
형의 말이 준호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. 준호는 하루하루 가게 일을 도우며 오토바이를 배우기 시작했다. 조그만 변화였지만, 그 과정에서 준호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.
그리고 마침내, 동네를 떠나 서울로 올라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.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에서 준호는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.
“아버지... 나, 이제 나 자신을 찾아볼게요.”
아버지는 대답 대신 가만히 준호의 어깨를 두드렸다.
몇 년이 지나고, 준호는 오토바이 정비사로 성장해 부산의 한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. 대회장에서 우승을 차지한 그는 떠나온 동네로 돌아와 형에게 말했다.
“형, 나 이제야 좀 살 것 같아.”
형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.
“준호야, 너 잘했다. 바람 같은 날들이 너한테 좋은 방향으로 불었네.”
준호는 이제 더는 방황하지 않았다. 그는 바람처럼 자유롭되,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달리는 삶을 선택했다.